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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량한 차별주의자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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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수현
등록일
2025-11-30
조회수
117
『선량한 차별주의자』는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코 저지르는 차별의 기제를 밝히며, “선량함만으로는 차별을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전한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청렴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청렴은 부패를 막는 것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공정하게 대우받도록 하는 태도와 구조를 만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책은 차별이 악의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나는 괜찮다’, ‘나는 선한 사람이다’라는 자기 확신에서 오히려 더 쉽게 발생한다고 말한다. 공공조직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하는 사소한 말투, 업무 처리 방식, 내부 관행, 정보 접근성의 차이가 누군가에게는 불공정이 되고 차별이 된다.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결과적으로 누군가에게 손해가 쌓인다면, 그것 역시 부패 못지않게 조직의 신뢰를 해치는 행위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의도와 별개로, 결과가 차별이라면 그것은 개선해야 할 문제”라는 메시지였다. 청렴업무를 하다 보면 ‘의도는 없었다’, ‘관행이었다’라는 설명과 자주 마주한다. 하지만 청렴은 의도가 아니라 결과의 공정성이 핵심이다. 업무를 투명하게 기록하고, 이해충돌을 스스로 신고하고, 작은 편의조차 배제하려는 노력은 결국 결과가 공정하도록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선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제도와 태도를 함께 바꿔야 한다.
책에서 다룬 “비가시적 차별”은 공공기관의 청렴과도 깊이 연결된다. 특정인에게만 더 유리한 정보가 제공되는 일, 친분에 기반한 비공식적 처리, 관행적 우선순위 부여 등은 명백한 부패까지는 아니더라도, 조직 내 신뢰를 무너뜨리는 시작점이 된다. 자신은 그저 ‘편의’를 제공했다고 생각하지만, 상대에게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된다. 바로 이런 지점에서 청렴과 차별 예방은 같은 뿌리를 가진다.
또한 책은 차별을 막기 위해 필요한 것은 ‘불편함을 감수하는 용기’라고 강조한다. 청렴 역시 마찬가지다. 불편하더라도 절차를 지키고, 기분 나쁘더라도 부당한 요구를 거절하고,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명확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선한 마음만으로는 조직의 공정성을 지킬 수 없다. 행동과 제도,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성찰이 동반되어야 한다.
『선량한 차별주의자』는 차별을 다룬 책이지만, 공공조직 구성원에게는 청렴의 본질을 다시 일깨워주는 책이기도 하다. 청렴은 법을 위반하지 않는 수준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는 환경을 만드는 노력이다. 내가 어떤 위치에서 어떤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지, 나의 무심함이 누군가에게 상처나 불이익이 되지 않는지를 돌아보는 태도—이것이야말로 청렴의 출발점임을 책을 통해 다시 확인했다.
